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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창동 감독의 <버닝>은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는 영화입니다. 뚜렷한 결말 대신 복잡한 정서와 상징으로 관객을 흔드는 이 작품은 스릴러라는 틀 안에서 존재론적 불안과 계층 간 긴장을 견고하게 엮어냅니다.
1. 어딘가 불편한 삼각 관계의 시작
택배 알바생 종수(유아인)는 우연히 만난 소꿉친구 해미(전종서)와 재회하고, 그녀를 통해 상류층 남성 벤(스티븐 연)을 알게 됩니다. 명확히 말해지진 않지만 느껴지는 감정선 — 세 사람의 거리감은 묘하게 불안합니다.

2. 사라진 그녀와 의심의 불씨
해미가 갑자기 자취를 감춘 후, 종수는 벤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. 하지만 증거는 없고 단서도 애매모호하죠. 벤의 취미라는 ‘비닐하우스 태우기’라는 말 한마디가, 관객의 마음에도 불을 붙입니다.

3. 해석의 무한성: 관객이 완성하는 이야기
이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가를 밝히지 않습니다. 대신, 벤이 실제로 살인을 했는가 아닌가에 대한 모호한 힌트만 던진 채 관객을 시험하죠. 누가 악인인지, 누가 피해자인지는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, 관객의 시선에 따라 달라집니다.
영화 후반부, 종수의 행동은 답을 찾기 위한 분노인가, 그저 증오인가? 우리는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? 아니면 불타오르는 그 불안 그 자체가 진실일까요?
4. 마무리하며
《버닝》은 스릴러의 외형을 입고 있지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. 느릿한 호흡, 아름다운 영상미, 조용하지만 깊은 충격.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관객 스스로 이야기의 퍼즐을 맞추도록 유도합니다.
넷플릭스에서 이 영화를 마주쳤다면, 꼭 시간을 들여 몰입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. 쉽게 설명되지 않는 영화일수록 오래 남는 법이니까요.